[준호범신] 뱀파 준호 썰3
역시나 퇴고 안함
shwoa wndml
졸려서 막씀
봐주셔서 감사해오
그러나 개연성 담이가 물어갔죠
1
“아빠!!”
집안에 들어온 영신은 불이 켜진 부엌 겸 거실을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갔다. 범신의 방문이 얇게 열려있었다. 헐떡이며 올라온 영신이 문을 밀자 끼이익, 우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려있었다. 불은 꺼져있었다. 캄캄한 방안에 익숙해진 눈에 천천히 시야가 트이자 침대 위에 쓰러지듯 잠들어있는 범신이 보였다.
“아빠!!”
덜컹, 어느새 올라온 남자는 울면서 범신을 끌어안은 영신과 시체처럼 끄는 대로 딸려가는 범신의 모습을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울음 섞인 소리로 콧등과 이마 등에 입맞추며 하는 말에도 범신은 반응하지 않았다. 뜨거운 물 주머니처럼 범신의 몸은 끓고 있었고 몸은 축 늘어져 보는 이로 애타게 만들었다.
“아빠, 일어나봐요… 이렇게, 이렇게 나 아프면 이렇게 해주면 난 다 나았는데… 왜 아빠는 안그래요,”
덥썩 끌어안으며 엉엉 울자 남자는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영신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범신의 눈 위에 입 맞췄다.
그 순간이었다.
고요하게 감겨있던 범신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다가 천천히 열렸다.
“아빠!!”
남자가 놀란 눈으로 보다가 날아가듯 단숨에 물 잔을 채워왔다. 영신의 손에 쥐어진 잔에 범신이 한 두 방울 즘 마셨을까 마실 힘도 없는지 늘어져있던 그가 눈만 아주 느리게 껌뻑였다. 회복된 것이 아니라 영신의 목소리에 단순히 잠깐 정신을 붙잡은 듯 동공이 풀려있었다.
아빠, 죽으면 안돼요.
영신아..
네, 저에요 영신이에요…
살아있었구나, 영신의 뺨을 쓰다듬고 스르륵 떨어져 내리는 손에 놀란 영신이 다급하게 그의 손을잡으며 다시 일어날거죠, 대답해줘요 제발.. 하는 말에 힘겹게 그래, 하고 눈물을 떨군 범신은 지친 모습으로 다시 잠에 들었고 그의 대답에 그제야 남자가 얕은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영신은 한참을 기도하듯 범신의 손을 잡고 얼굴을 대고 있었다.
차츰 그의 온도가 내려간 것이 눈에 보이자, 남자는 바로 방을 벗어났다. 영신은 그가 나가자 곧바로 범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그를 쫓아 내려갔다.
남자를 쫓아 내려왔는데 그가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어딜간거지, 하고 시선을 돌리던 영신은 문득 눈에 들어온 부엌을 살폈다. 살짝 틀어져 있던 성냥갑, 창가에 둔 접시들, 두 개 분의 슬리퍼. 자신이 떠나기 직전의 모습과 똑같았다. 먹먹한 느낌에 시선을 돌린 그녀는 식탁 위에 식사를 발견했다.
흐으,
영신은 기어코 흐르는 눈을 닦아냈다. 매일 먹던 음식과 식기가 두 세트씩 준비 되어 있었다.
범신은 매일 영신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며 가구나 흐트러진 물건을 영신이 사라진 뒤로 하나도 손대지 않았다. 영신이 잡혀 갈까 두르던 성수로 가구에 칠을 하고 예식을 하던 것조차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영신은 자리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천천히 그녀는 계단을 타고 올랐다. 계단에 칠도 손대지 않은 듯 긁힌 자국이 남아있었다. 손으로 흔적을 타고 가던 영신은 자신의 방문을 보고 열어봤다. 뛰어 나가면서 흐트러진 이부자리와 낙서하던 공책과 펜. 살짝 열린 창문. 느리게 눈을 깜빡인 영신은 문득 유일하게 본 적 없던 물건에 시선을 돌렸다. 영신의 책상 위에 포장이 조금 구겨진 물건이 올라있었다. 영신은 조심스럽게 리본을 풀어 열었다.
어느새 범신의 방에 돌아와보니 남자가 잠든 범신의 옆에 서있었다. 영신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제 가지. 하는 말만 던진 남자에 영신이 욱하는 마음에 왜 벌써요? 하려는 순간 남자의 피곤한 눈빛을 발견했다. 못 보던 자국들이 그의 소매단에 묻어있었다. 괜히 눈치가 보인 영신이 얕은 숨을 뱉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조금만, 하루, 아니 반나절이라도 있다 가면 안돼요?”
“안돼.”
이미 널 여기 데려온 것부터 계획에서 틀어졌어. 영신은 어둠 속에서 눈이 파랗게 빛나는 남자에 조금은 겁이 나 꾹 입을 닫았다. 애초에 여기까지 온 것도 범신이 아프지 않았더라면 있을 수 없었을 일이었을 것이었다.
남자를 따라 나가기 전 영신은 범신에게 다가가 축복하고 그의 이마에 입 맞추었다.
2
날아 갈 때 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감각이 별로라고 생각하며 첨탑에 도착한 영신은 남자가 소파에 쓰러지듯 눕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
마땅한 호칭이 없었다. 영신은 일종에 확신이 들었다. 남자는 범신이 방에 쓰러져 있는 걸 보고 그렇게 단호하게 보여줄 수 없다고 했던 것을 무르고 그녀를 안고 한달음에 날아 왔고, 사소하지만 범신의 언행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아빠가 걱정돼서 절 데려가 준거죠?”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영신은 그것이 부정이 아님을 알았다.
“대체 누구에요? 당신은? 그리고 왜 전 집에 있으면 안되죠? 대답해 줘요. 아무 것도 모르고 잘 지낸다고만 하는 것도 못할 짓이에요. 알잖아요. 대답을 듣기 전까지 아무것도 안 먹고 아무것도 안 할거예요.”
“…넌 어차피 지금까지 아무 것도 안했어.”
톡 쏘듯 답한 남자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떴다. 영신의 태도가 뭇 진지했기에 남자는 더욱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내 그래도 안된다는 듯 고갤 저었다.
“말해도 아직 넌 이해 못해. 그 곁에 있으면 김신부가 다쳐.”
“그 말이 더 이해가 안가요! 설명해 달라구요! 그리고 자꾸 신부신부하는데 우리 아빤 더 이상 신부가 아니에요!”
“그 신부(priest)가 아니라 내 신부(bride)야.”
서늘한 눈으로 콱 치고 들어오는 남자에 영신이 뭐라구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남자는 다시 눈에 힘을 풀고 시선을 돌렸다. 영신은 순간, 예전부터 담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유독 성물과 예식으로 집에 결계를 치던 범신, 남자와 저에게서 나는 장미향, 자꾸만 아빠를 엄마라고 지칭하던 담이. 설마.
“설마…” 영신이 옷걸이 위에서 가만히 저희들 눈치를 보던 담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설마! 정말이야?!”
내가 뭐랬어, 하는 표정으로 담이가 깍깍거리며 총총거리다 이내 영신의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가버렸다. 야! 말 못하는 척 하는 거 봐!
“라파엘이라고 했던 녀석인가.”
“아뇨, 그건 다른 애가 했대요.” 말을 마치며 한숨 쉰 영신이 눈을 번쩍 떴다. 휙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너만 짐승의 소릴 들을 줄 알았나보지?”
영신은 말문이 막힌듯 뻐끔대며 시선을 흐트리다 입을 꾹 물고 시선을 맞춰 들었다.
“내가 동물의 말을 들을 수 있는거, 당신이랑 상관 있는거죠?”
어느새 영신의 호칭은 아저씨에서 당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딱히 부정 않는 듯 입을 비죽이는 남자에 영신의 시선이 얼었다.
“정말 당신 정체가 뭐에요?”
“우린 억겁의 시간을 산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뚜벅뚜벅 벽 쪽으로 배회했다.
“인간은 우릴 두려워하고,”
달빛에 시린 남자의 얼굴에 선명한 실루엣이 빛이 나듯 하얗게 비쳤다.
“우린, 신에게 저주 받았지.”
차라락, 남자가 손을 들어 펴자 그의 손가락 사이로 장미 묵주가 흘러 펼쳐졌다. 묵주에 닿았던 피부가 금새 또다시 짙게 타고 남은 자국이 나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영신이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뱀파이어다.”
4
“싫어!!!”
다 헛소리야!!! 거짓말!!
한참을 그의 얼굴과 그가 든 손에 걸려 공중에 흔들리는 십쟈가 묵주를 번갈아보다가 바르르 떨던 영신은 이내 옆에 있던 촛대를 쳐 넘어뜨렸다.
“당신이 내 아빠일리 없어, 우리 아빤 하나야. 아빤 당신을 몰라, 거짓말 하는거라고!” 눈 하나 깜짝 않던 남자가 그르릉, 화가 난 듯 빛낸 눈을 일그러뜨렸다.
“닥쳐! 나도 널 원하지 않았다!”
김신부가 모르는 새에 그 육체와 영양분을 갉아먹고 태어난 주제에! 어디라고 감히 나와 김신부의 사이를 부정해!
남자의 권위적인 태도에 치를 떤 영신이 바들거리다 이내 비명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금방이라도 그녀를 찢어 발길 듯한 분위기를 뿜던 남자는 그 모습을 보며 이를 들어낸 채 사납게 일그러뜨렸던 얼굴을 다시 차갑게 갈무리한 뒤 말 없이 창문으로 날아 갔다.
6
한참을 울었던 것 같았다. 어느새 다시 나온 담이 괜찮냐며 조근거리는 소리가 있었으나 듣지 않았다. 어느새 은은하게 장미향이 풍기고 있었다. 씨근거리며 거친 숨을 내뱉던 그녀는 거칠게 쓸어 발갛게 올라온 눈을 매섭게 치뜨고 벌떡 일어나 이내 부엌이 있을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쿵쿵거리며 뛰어 내려와 무작정 여기저기 헤집었다. 서랍이란 서랍은 전부 뒤집어 엎어 찾은 칼을 아무렇게나 집어 들고 쿵쾅대며 식탁 앞에 서 식탁 위를 전부 쓸어 바닥에 쏟고 그 위에 올라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덥썩 잡았다. 까악, 깍! 담이가 놀라 푸덕거리며 영신의 얼굴과 손을 아프잖게 쪼았으나 꺼지라고 발악한 그녀는 제가 한움큼 잡은 머리카락 밑단에 칼을 대었다.
싹뚝.
잘려나간 단발의 검은 머리카락에선 장미향이 풍겼다. 영신은 머리카락을 비웃으며 바닥에 떨어뜨렸고, 이내 다른 부분도 그렇게 붙잡았다. 사각사각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소리와 새의 날개 짓 소리만이 부엌을 잠식하고 있었다.
영신은 다 잘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쓸어 잡은 뒤 바닥에 떨어진 그의 접시 위에서 떨어뜨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어느새 자신의 방에서 나온 영신의 하얀 원피스 자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당신 같은게 우리 아빨 탐낸 다는 걸 용납할 수 없어.”
턱, 유리 앞에 올라섰다. 당신만 능력 있는게 아니란 걸 안 이상 가만 있지 않을거야.
5
사르르, 가벼운 기운에 범신이 눈을 떴다. 몽롱하게 영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다. 언뜻 제손을 붙잡은 감각과 제가 뺨을 쓸었던 기억이 잔상처럼 지나쳤다.
‘저에요, 영신이에요…’
번뜩, 정신을 차린 범신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신이의 울음범벅이 된 얼굴이 옅게 떠올랐다. 그리움에 병이나 만들어낸 꿈인지, 정말 아이가 왔던 것인지 분명치 않았다.
영신아…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사니…
흐르는 눈물을 훔친 범신은 가만히 있으면 더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릴까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벅터벅 힘 없는 걸음으로 아이의 방문을 슬쩍 바라 본 범신은 다시 거실 겸 부엌으로 내려갔다. 까마귀가 가져온 편지를 받기 전, 아이가 하던 식사 시간에 맞춰 저녁을 지어놨던 것을 치우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손대지 않을 음식이었기에 바로 치울 생각으로 식탁을 본 범신은 깜짝 놀라 멈추었다. 아이 분의 음식이 비어있었다. 수저와 젓가락을 한 손에 잡던 아이의 습관처럼 얼기설기 얽힌 식기가 그릇 옆에 놓여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뛰어올라가 방문을 열었으나 그를 맞은 건 역시나 차가운 방 뿐이었다. 안타까운 숨을 뱉으며 고개를 떨궜다가 문득 뇌리에 박힌 장면에 다시 고갤 들었다. 책상 위에 올려둔 아이의 선물이 사라지고 쪽지만 남아있었다.